[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너무나도 유명한 안네의 일기.
어렸을 적에 읽었던 것도 같은데, 너무 유명해서 TV를 통해서도 자주 접했던 내용이라 더 건성으로 읽어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한 이 책.
마침 졸업한 학교의 전자 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책을 볼 수 있어서 '안네의 일기' 대출하여 보게 되었다.
(진짜 책의 자연스러움은 없었지만, 전자책도 진짜 책에 비해 모자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뒤에 다시 읽으니, 전쟁이라는 험난한 상황 속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하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 소녀들(유대인이 아니)이 누릴 수 있는 것들과 단절된 체, 사춘기를 보낸 안네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변 사람들도 무시무시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기도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짐작이 간다.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그런 울분쯤은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두세 번 발을 구르거나...곧 풀릴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야.'

안네 프랑크

2년 여 동안 숨어 지내던 은신처의 입구

이제 그 건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줄게. 1층에는 가게로 쓰이는 커다란 창고가 있어. 창고 옆으로 현관이 있고, 현관 안에 들어서면 계단(A)으로 이어지는 2층 출입구가 있어. 계단 꼭대기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뿌연 유리창에 '사무실'이라는 검은 글씨가 가로질러 씌여 있어. 이 방이 주 사무실로 제일 크고, 밝고, 가구도 많은 방이야. 엘리와 미프, 쿠프하이스 씨가 낮에 일하는 곳이야. 금고, 옷장, 큰 책장이 있는 작고 어두컴컴한 방을 지나면 좀 작고 어두운 두 번째 사무실이 있어. 이전에 끄랄러 씨와 판 단 씨가 쓰셨는데 지금은 끄랄러 씨 혼자 쓰고 계셔. 그의 사무실은 복도를 통해서도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유리문이 바깥보다 안쪽에서 더 잘 열리게 되어 있어.
 끄랄러 씨 방에서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면 석탄 창고가 있고, 네 게단을 롤라가면 이 건물에서 제일 훌륭한 방인 전용 사무실이 나와. 검은 빛이 도는 품위 있는 가구들, 바닥에 깔린 라놀륨과 카펫, 라디오, 멋진 램프, 모든 것이 최고급이야. 그 방 옆으로 널찍한 버웈이 있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는 소도꼭지와 가스 스토브가 있어. 그 옆에는 화장실이 있고. 여기까지가 1층에 대한 설명이야.

 목조 계단(B)이 아래층 복도에서 3층까지 이어져 있어. 꼭대기에는 작은 층계참이 있고, 층계참의 각 끝에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왼쪽에 있는 문은 이 집 현관에 있는 창고와 다락방으로 통하게 되어 있어. 그 복도 끝에 있는 네덜란드 식의 경사가 급한 계단(C)을 올라가면 큰 길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
 오른쪽 문이 바로 우리의 '은신처'로 통하는 문이야. 평범한 회색문 뒤에 그렇게 많은 방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거야. 문 앞에 있는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
 입구 바로 반대편에는 가파른 계단(E)이 있고, 왼쪽에는 좁은 통로를 따라가면 우리 프랭크 일가의 거실 겸 침실이 있어. 그 옆의 조그만 방이 우리 두 자매의 공부방 겸 침실이야.
 오른쪽의 창문 없는 작은 방에는 세면대와 수세식 변기 시설이 있고 언니와 내가 쓰는 방으로 통하는 또 하나의 문이 있어.
 다음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면 운하 옆의 낡은 집에 이렇게 크고 밝은 방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거야. 이 방에는 가스 스토브와(이 방이 전에는 실험실로 사였되었다는 것 때문에) 싱크대가 있어. 이 방은 이제 판 단 씨 부부가 부엌, 거실, 식당 겸 다용도실로 쓰고 있어.
 그 옆의 아주 작은 복도 방은 피터 판 단이 쓰게 될 거야. 그리고 아래층 층계참에 있는 것과 같은 커다란 다락방이 있어. 자, 이렇게 해서 우리의 훌륭한 '은신처'에 대한 소개가 전부 끝난 셈이야.

안네로부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다른 소녀들과, 다른 한편에서는 독일군에게 잡혀가는 다른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네에게는 안네가 생활하는 은신처가 지상천국이기도 하고 절망의 늪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 처하게 된다면, 그러한 은신처가 천국으로 알고 살게 될 수 있을까?
꼭 이처럼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우리는 안네가 살던 현실에 비하면 너무도 대조적일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답고 풍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지금 우리의 삶을 천국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했던 소녀 안네의 태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참고 : 안네 프랑크 (Anne Frank ; The Whole Story, 2001) 中 명장면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