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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이야기

김영하 연재소설 [퀴즈쇼] - 나와 너무 닮은 이야기

요즘 신문을 보면서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이 있다.
바로 김여하 연재소설 '퀴즈쇼'다.
신문의 연재소설을 그동안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것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많은 것들이 주인공과 나는 다르지만, 나의 마음과 느낌을 주인공이 대변해 주고 있다. 나는 그보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너무 긴 터널 속을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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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불을 켜도 어두웠다. 촉수가 낮아서가 아니었다. 최고의 광량으로 밝혀도 어두워 보이는 방이 있는데 그 방이 그랬다. 아마 창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는 인터넷을 자제하기로 결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빌 게이츠의 창을 열었다. 잠시 후, 나는 몇 번의 클릭을 거쳐 어느새 그리운 퀴즈방에 들어가 있었다.
- 31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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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결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 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 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300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위 세대와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에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잘못한 게 없지.”
나도 맞장구를 쳤다. 사실 어른들은 우리 세대가 책도 안 읽고 무능하며 컴퓨터 게임만 한다는 식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완전 헛소리다. 정작 책도 안 읽고 무능하고 외국어도 못하면서 이렇다 할 취미도 없는 사람들은 그날 면접장에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던 면접관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나 컬러텔레비전과 프로야구와 함께 자랐고 풍요의 90년대에 학교를 다녔다. 대학생 때는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다녔고 2002년 월드컵에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가는 걸 목격했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주눅들어 보지 않은, 다른 나라 광고판에서 우리나라 배우의 얼굴을 발견한 첫 세대다.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문화적으로 세련되었고 기본적으로 코스모폴리탄으로 자라났다.

어쨌든 나는 그 후로 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내 인생에는 어떤 우회로가 있을 것 같았다. 신이 나만을 위해 예비해 놓은 길. 부모의 신용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삶.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좌우되지 않는 삶. 그런 길이 무엇일지를 지금껏 나는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76화 中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떤 때는 나의 답답한 마음에 주인공의 답답한 현실이 더해저 더 절망적 현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어려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 나를 위로해 준다.
지금은 힘들지만,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 속의 주인공도, 나도...
그 날이 오면, 오늘의 어려움이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만일 나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모두 힘을 내길 바란다.



<천광웅 - You are special 삭제 2010.2.8>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돌다가 듣게 된 노래인데..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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