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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오늘의 일기

유기견 이야기 - 현실 속의 도덕 시험

◎ 다음 중 바람직한 행동을 고르시오.
1. 버려진 아픈 개를 보고 발길질을 했다.
2. 버려진 아픈 개를 보고 비웃었다.
3. 버려진 아픈 개를 보고 모른척 그냥 지나쳤다.
4. 버려진 아픈 개를 데려와 안정시키고 주인을 찾아줬다.



이런 문제가 도덕 시험에 나왔다면 무엇이 정답일지 모두들 쉽게 골랐을 것이다. 어쩌면 점수를 딸 수 있는 보너스 문제라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된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정답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었을까?



어젯밤 드라마 이산을 보고있는데, 손님이 왔다. 그런데 우리집에 오다가 바로 골목 앞에서 차에 쳤는지 어떤 개가 벌벌 떨면서 깽깽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들어보니 발작적으로 깽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니 개가 담요 위에 벌러덩 누운체 벌벌 떨고 있었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누구하나 쉽게 손쓰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인간이 이렇게 개를 갖다 버렸는지...쯧쯧'
이런 소리들뿐.....
나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인터넷으로 동물보호소나 야간 동물병원이나 이런 해결방법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너무 급박해보여서 정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길고양이를 도와주셨던 또자님이 생각이나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염치불구하고 연락을 해보았다.
역시 침착하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판단이 되기 시작했다.
우선은 개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서 박스를 마련해 넣어두었지만,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의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균열이 생겨 귀찮아지는 것은 물론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겁나고 두려웠던 것은 혹시나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쩌나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많은 사람 가운데 내가 떠맡을 문제거리도 아닌 것 같았고...
하지만 나 역시 그냥 그대로 둔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개를 거둘 것 같지 않았고, 그 개는 그냥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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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간 동물병원을 찾아 전화를 해보았지만 계속 통화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또자님과 통화를 하면서 개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원격진료(?)를 했다. 사실 지저분하기도하고, 내가 기르던 친숙한 개도 아니라 만지는 것도 무서웠다.(소심쟁이... -.-)
내가 보기에 개의 상태는 눈도 뜨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최악같았다. 하지만 또자님의 질문으로 잇몸이라든지 이빨, 항문 등을 살펴보니 특별히 나빠보이지도 않았다. 설탕물을 조금 먹여도 좋다는 말을 듣고, 이를 꽉 다물고 있어서 잘 벌어지지도 않는 입을 간신히 벌려서 목구멍으로 흘려넣어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할딱거리며 조금 먹으려고 하는 것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였다.
후끈후끈할 정도로 따뜻하게 해주라고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현관에 두고, 어머니께서 돌을 삶아서 개 담요 밑에 넣어주었다. 그렇게 조금 안정을 차린 후 개는 잠이 들었다...




나의 잠자리도 어쩔 수 없이 내방이 아닌 거실이 되었다. 조금 자고 있는데, 상자 속에서 벌벌벌 떠는 소리가 들렸다. 잘 자던(?) 개가 상자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불안해서 그러는 것 같아서 토닥여줬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러다 그냥 잠에 빠져들었는데... 아침이 되서 일어나보니 개는 상자 밖으로 나와서 똥글똥글 딱딱하고 짙은(?) 똥을 싸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그랬다는 것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침을 먹고, 다시 설탕물과 함께, 요플레를 먹여보았다. 어제는 억제로 밀어넣어야 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먹는 것이 마음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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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몸도 좋지 않은 개를 그냥 가만히 두면 안될 것 같아서 양주에 있는 동물구조협회에 연락을 해보았다.  어떻게 해결 방법이라도 알아보려고...
그런데 바로 데릴러 와 주겠단다. 역시 개인보다는 단체에서 구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그러라고 했다.
이런 곳으로가면 몇 달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말도 있던데...
그 많은 유기견들 가운데서 아픈 개를 얼마나 잘 돌봐줄까....
여러가지 것들이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은 역시 이것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ㅜ.ㅜ
다시 떠나보내기 전에 요플레를 하나 더 사다 먹였다. 따뜻하게 푹 자고 나더니 어젯밤에 비해서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보였다.
그런데 떠나보내고나서 속이 후련한 것이 아니라 왠지 더 씁쓸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의 도덕 문제에서 내가 최선의 정답을 맞추지 못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자신의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가지는 것(애완견을 버리는 지 않는 것과 같이...)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 항상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망설임없이 남을 돕는 마음!
도덕 시험문제에서 처럼 현실 속의 도덕문제에서도 거침없이 답을 고르고 그대로 행동하게 될 수 있길 바란다.



<자료 삭제>
EBS 다큐 - 아이의 사생활 2부 - 도덕성 中


2007/06/01 - [나의 일상/오늘의 일기] - 아기 길고양이 -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참, 끝으로 최선의 해결책에는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차선의 해결책까지라도 도달하게 도와주신 어머니와 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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