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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오늘의 일기

고양이가 앞마당을 점령했다.




고양이가 옥상 보일러실을 점령했다. → 고양이들 철수
고양이가 앞집 지붕을 점령했다. → 고양이들 철수
고양이가 내방 창문 밖을 점령했다.
고양이가 옆집 지붕을 점령했다.
고양이가 우리집 앞마당을 점령했다.
고양이가 내 블로그를 점령했다.

또 고양이 글이다.
그 동안 내 인생에서 고양이는 없었는데.... 이렇게 인연이 깊을 줄을 몰랐다.


얼마전 SLR 클럽에 이전에 찍어 두었던 고양이 사진을 올렸다. 예상 외로 반응들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 클럽에 접속해보니 쪽지가 하나 와 있어서 봤더니, 우리 앵앵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앵앵이를 생각하면 보내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텐데...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앵앵이는 이미 수백 수천 수만 마리의 고양이 가운데 나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거절했다.
하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앵앵이가 나에게 아주 의미있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입양하고 싶다고 요청하신 분만큼 내가 잘 해줄 수도 없는데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데려가달라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 녀석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더니 행동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 이전보다 잠도 줄고, 행동 반경도 넓어졌다. 물론, 더 어른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방 창문 밖에, 마련해준 집에서만 지내고, 그곳에서만 앵앵데던 녀석이 이제는 우리집 앞마당까지 와서 앵앵거린다. 그래서 밥도 얻어먹고...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내방 창문 밖으로 줄 때는 자기를 만져달라고, 밥보다 만져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데, 앞마당에서는 약간 두려워한다. 자신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에 놀랐나? 창문 밖에서 주던 사람과 앞마당에서 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인지.... 앞마당에서 얻어먹고, 뒷마당(?) 창문 밖에서 나를 만나면 자기 돌봐주는 사람 하나 더 생겼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경계하던 녀석이 이틀이 지나니 앞마당에서도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앵앵이가 앞마당에 와 있길래 사료를 들고 나가서 줬더니 도망가지 않는다. 그리고 먹고있는 틈에 살짝 만져줬더니 역시 좋아한다. 그리고 창문에서 줄 때와 마찬가지로 몸을 내 손에 비비기 바쁘다. ^^; 하는 짓이 너무 예뻐서 안아줬더니, 더 앙증맞은 것 같다.

이렇게 이 녀석과 정이 깊어져간다.


하지만 이런 정 때문에 앵앵이를 붙잡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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